괜한 질문을 했다고 생각한 사장님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이번엔 어느 상고 출신이냐고 물었습니다. 덕수상고, 선린상고 같은 명문 상고들의 이름을 대면서 ‘뜻한 바 있어서 대학을 안 가는 대신 일찍 취업을 한 게 아니냐’는 식으로 답변을 유도했죠.
그러자 영업사원은 그런 명문 상고가 아니라 이름 없는 상고를 나왔고, 그저 공부를 못해서 상고를 가게 됐다고 답합니다. 중학교 때 태권도에 푹 빠져서 지내느라 공부를 좀 멀리했다는 말과 함께요.
실제로 이 신입사원은 태권도 6단으로 군대에 입대하기 전에는 태권도 사범으로 일했을 정도의 고수였습니다.
영업사원의 대답에 도매상 사장님의 얼굴엔 너털웃음이 피어났는데요. 보통 이런 상황에선 대답을 얼버무리거나 둘러대기 마련일 텐데 자기 자신을 꾸미려 하지 않고 솔직하게 말하는 ‘돌직구 스타일’의 신입사원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로부터 약 40년 뒤 한 대기업의 대표가 된 이 신입 영업사원은 이렇게 말하며 당시를 떠올립니다.
“영업을 하다 보면 어떻게든 둘러대
모면하고픈 순간과 많이 맞닥뜨립니다.
스스로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 혹은 회사의 치부와 관련되는 얘기가
나올 때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악의 없는 거짓말이라도
한 번의 거짓말은 더 큰 거짓말을 낳습니다. 이 악순환에 빠지면 시간이 흐를수록 손쓰기가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영업을 잘하는 사람들일수록
정면승부를 선택합니다. 진실을 회피하거나 스스로를 포장하고 싶은 욕구를 참아내고, 아프더라도 정직하게 털어놓는 방법을 택합니다.
“멀리 보면 그쪽이 훨씬 덜 상처
받는 길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한 대를 피하려다가 나중에 돌멩이 찜질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