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그는 오늘날의 투자자들 중에서 최고로 꼽히는 인물입니다. 동시대의 그 누구보다 많은 돈을 투자로 벌어들였기 때문이죠. 그의 공식 직함은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CEO)인데요.
버크셔 해서웨이가 어떤 회사인지 정확히 알고 계시는 분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는 않은 거 같습니다. ‘워런 버핏이 만든 회사니까 투자하는 회사 아니겠어?’라고만 생각하실 분들이 많으실 거 같습니다.
1965년, 그가 35살의 나이에 인수했을 때만 해도 버크셔 해서웨이는 다 망해가던 작은 섬유회사였습니다.
그리고 55년이 지난 오늘날 버크셔 해서웨이 계열사는 80여 곳, 임직원 40만 명의 거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삼성전자에서 일하는 국내 임직원 수가 10만여 명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엄청난 규모의 회사라는 걸 아실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워런 버핏을 투자 천재로 알고 계시지만 이처럼 그는 초대형 기업의 창업자이자 현직 CEO이기도 합니다. 90세가 된 지금도 직접 회사를 이끌고 있죠.
오늘은 투자의 전설 워런 버핏이 아닌 탁월한 경영자로서의 그의 모습에 초점을 맞춰보겠습니다
버크셔의 본사는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자리 잡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이곳 본사에서 일하는 직원은 몇 명이나 될까요? 약 40만 명의 임직원이 일하고 있는 거대 그룹의 본사에는 몇 명이 일하고 있을까요? 3000명? 5000명?
관료주의를 기업의 가장 큰 병폐로 보는 버핏인 만큼 본사 직원도 매우 적을 테니 1000명 정도가 될까요? 1000명이라고 하면 전체 임직원의 약 0.25%만 본사에서 일하는 수준입니다.
버크셔 본사의 직원은 워런 버핏과 부회장 찰리 멍거 그리고 다른 이사들과 직원들까지 모두 포함해 25명(2016년 기준)입니다.
따로 본사 사옥을 갖고 있지도 않습니다. 아담한 사무실 하나를 임차해서 쓰고 있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대부분의 대기업들에서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죠. 버핏이 자회사 경영자들에게 얼마만큼의 자율권을 부여하고 있는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버핏이 자회사 CEO들에게 자기 의견을 공식적으로 전하는 건 2년에 한 번씩 이들 모두에게 경영 서한을 보낼 때뿐입니다. 자회사 CEO들이 모두 한자리에 출동하는 ‘버크셔 그룹 사장단 회의’ 같은 건 찾아볼 수 없습니다.
“버크셔 경영자들은 자기 회사 경영에 전념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본사 회의에 참석해서 시달릴 필요가 없고, 자금 조달을 걱정할 필요도 없으며, 월스트리트 사람들 때문에 고생할 일도 없습니다."
"이들은 2년마다 내 편지를 받고, 원하면 언제든 내게 전화할 수 있습니다. 경영자 중에는 작년에 나와 한 번도 통화하지 않은 사람도 있고, 거의 매일 통화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는 절차가 아니라 사람을 신뢰합니다. ‘신중하게 뽑아서 믿고 맡기는’ 방식이 우리 경영자들과 내게 맞습니다”
(2010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서한)
물론 버핏 역시 자회사 경영자들이 회사를 경영하며 내리는 판단들에 항상 만족하는 건 아닙니다. 때로는 자회사 경영자들이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바람에 회사가 손해를 입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그는 이런 위험을 감수하는 게 회사를 절차만 따지고, 윗사람 눈치만 살피는 관료 조직으로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선택이라고 강조합니다.
“우리는 숨 막히는 관료주의 때문에 결정이 지연되어 눈에 안 보이는 비용이 발생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몇몇 잘못된 결정으로 발생하는 눈에 보이는 비용을 감수하고자 합니다.”
(2009년 주주서한)
버크셔는 사탕 제조회사부터 자동차 보험회사, 항공기 엔진 제조업체, 철도 회사, 전력업체에 이르기까지 서로 전혀 다른 산업에 속한 100개에 가까운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만약 버핏이 이 모든 자회사의 경영에 일일이 개입하려고 했다간 회사의 의사 결정이 마비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자신이 판단 내리는 걸 돕도록 하기 위해 본사 인력을 늘렸다고 하면 회사 안에 관료주의가 뿌리내릴 수밖에 없고요.
버크셔 자회사들이 매년 막대한 이익을 거둘 수 있는 비결은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현장 경영진에게 막강한 자율권을 주는 버핏의 경영방침에서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방금 전 버핏이 자회사 CEO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전하는 자리는 2년에 한 번씩 보내는 경영 서한 빼고는 없다고 말씀드렸는데요.
평소 자회사 경영에 일절 참여하지 않는 버핏이지만 이 편지에서만큼은 한 가지 원칙을 반드시 지킬 것을 35년 동안 내내 강조하고 있습니다.
버핏의 또다른 비즈니스 원칙이죠. 바로 ‘돈은 잃어도 된다. 그러나 평판을 잃을 수는 없다. 단 한치도 잃어서는 안 된다’입니다. 이처럼 버핏은 버크셔가 올바르지 못한 일로 추문에 휩싸이는 걸 극도로 경계하고 있습니다.
버핏의 기준은 ‘범죄를 저질러 사법당국의 처벌을 받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데요. ‘법을 지켰으니 잘못한 게 없다’는 태도는 분명 잘못됐다는 게 버핏의 지적입니다.
“우리는 모든 행위를 합법성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똑똑하지만 비우호적인 기자가 쓴 기사가 중앙 일간지의 1면에 실려도 당당할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때로는 동료가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남들도 다 그렇게 해.’ 이 말이 사업 활동에 대한 변명이라면 이는 거의 틀림없이 잘못된 근거입니다."
"만일 도덕적 판단을 평가할 때 나온 말이라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언제든 누군가 그런 말로 변명한다면 사실은 타당한 이유를 제시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누군가 그런 변명을 한다면 기자나 판사에게도 그렇게 변명해보라고 말씀하십시오”
(버크셔 자회서 경영자들에게 보낸 2010년 서한에서)
(워런 버핏의 다른 비즈니스 원칙이 궁금하신 분이라면 본문 사진이나 아래 '계속 읽기' 버튼을 클릭해주세요.)
홍선표 레드브릭 대표가 발행하는 뉴스레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