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정보지 만들던 '찰스 슈왑'을 급성장시킨 비결 3가지 홍자병법 No. 87 월가의 카르텔을 깨고 세계 최대 온라인 증권사가 된 '찰스유왑'의 성공비결 3가지 찰스슈왑 코퍼레이션은 미국 최대 온라인 증권사이자 인터넷전문 은행입니다. 주식 중개‧은행 업무뿐 아니라 자산운용, 투자 자문 서비스도 제공하는 연 매출 14조 원(121억 달러‧2020년 기준) 규모의 글로벌 금융그룹이죠. 2021년 9월 말 기준 찰스슈왑이 보유하고 있는 고객 예탁 자산(고객들의 계좌에 담긴 자산)의 규모는 7조6100만 달러, 한국 돈으로 9030조 원에 달합니다. 전체 3270만 개의 증권계좌를 통해 일 평균 555만 건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죠. 은행 계좌 수도 160만 개에 달합니다. 찰스슈왑은 1974년 주식 중개 전문 증권사로 회사를 재정비한 이후 지난 50년 동안 경쟁업체들보다 저렴한 거래수수료와 최신 IT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온라인 거래 시스템을 앞세워 빠르게 성장해왔는데요. 2019년 10월에는 주식거래 수수료를 전면 폐지하면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리테일 브로커리지(Retail Brokerage‧개인 투자자 대상 주식 중개) 업계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지금은 대형 글로벌 금융기업으로 확실히 자리 잡은 찰스슈왑이지만 이곳 역시 처음엔 아주 작은 회사에 불과했는데요. 1970년 초반 사업 초기에는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유료 투자 소식지 발간 사업, 주식 펀드 운용, 벤처캐피털 투자 등 여러 영역에서 사업을 벌였지만 성과는 영 신통치 못했습니다. “나는 수십만 달러의 빚을 지고 깊은 수렁에 빠져 있었다. 동업자 한 명이 내놓은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은행에서 자금을 빌렸고, 이혼 후 상당한 신용대출도 떠안았다. 재혼을 했지만 이렇다 할 자산은 없었다.” “나는 증권거래위원회가 수수료 관련 규제를 시범적으로 완화하면서 가능해진 주식 거래 수수료를 할인하는 실험을 1년째 하고 있었다. 나는 미지의 영역에 있던 셈이다.” 회사의 창업자 찰스 슈왑이 1975년 무렵 자신이 처했던 상황에 대해 설명한 말인데요. 찰스슈왑은 그가 창업한 세 번째 회사였습니다. 30대 중반을 넘겨 마흔 살을 얼마 앞두지 않았을 때까지 사업가로서의 그의 인생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죠. 중간중간 사업을 그만두고 다른 직업을 택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었으니까요. 이번 글에서는 이처럼 별 볼일 없는 회사였던 찰스슈왑이 미국 최대의 온라인 증권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 3가지 비결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찰스 슈왑의 자서전 <찰스 슈왑, 투자 불변의 법칙>에 나오는 중에서도 사업 초기의 전략에 주로 초점을 맞춰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그가 자신의 눈앞에 다가온 거대한 기회를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과감하게 낚아챌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1974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월스트리트의 오랜 관행을 깨부수는 개혁안을 시범적으로 도입합니다. 주식거래 수수료를 둘러싼 월스트리트 증권사들의 담합 카르텔을 해체하는 게 개혁안의 핵심이었습니다. 그전까지 미국에서 주식을 거래할 때는 거래대금의 최소 0.25%를 거래수수료로 부담해야만 했습니다. 1792년 뉴욕 맨해튼 무화과나무 아래서 뉴욕증권거래소가 설립된 첫날부터 월스트리트가 지켜온 최소 수수료 규정이었는데요. 규정에는 0.25% 이상의 수수료를 부과하도록만 돼있지만 실제로 개인 투자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수수료율은 이보다 훨씬 더 높았습니다. 찰스 슈왑은 1970년대 초중반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 투자를 위해 실제로 부담해야 했던 수수료율은 거래대금의 10%에 달했다고 설명합니다. “1970년대에 찰스슈왑을 설립하면서 투자 시스템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투자자들은 더 나은 대우를 받아야 했다” “투자자들이 시장에 접근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었는데, 평균 수수료와 스프레드 비용만으로도 투자자들의 자금이 무려 10퍼센트 가까이 잠식됐다” “펀드매니저가 투자자들에게서 자금을 모아 뮤추얼펀드에 투자할 때는 대개 9퍼센트의 판매수수료가 부과됐다. 투자금 대비 9퍼센트의 수익을 올려야 비로소 손익평형을 이룬다는 뜻이다.” 스스로 결정하길 원하는 개인 투자자들을 위한 새로운 증권사 이처럼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과 펀드에 투자하기 위해서 9~10%라는 높은 수수료를 진입비용으로 부담해야만 했는데요. 하지만 이는 대형 기관 투자자들에겐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였습니다. 기관 투자자들은 특별 혜택, 비공개 할인, 이면거래, 편법적인 수수료 환급 관행 등을 통해서 개인 투자자들보다 훨씬 더 낮은 수수료를 내고 거래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당시의 미국 주식시장은 기관 투자자들에게는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개인 투자자들에겐 불리하기만 한 기울어진 운동장이었습니다. ‘전문적인 투자 조언‧자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것이야말로 월스트리트가 개인 투자자들에게 부과하는 높은 수수료를 정당화하는 명분이었는데요. 당시에는 주식을 거래할 때 브로커라 불리는 전문 중개인을 통하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브로커들은 단순히 고객들의 지시대로 주문을 처리하기만 했던 게 아니었는데요. 고객들에게 특정 주식을 추천하며 매수를 권하는 것이야말로 이들의 진짜 업무였습니다. 고객이 주문한 거래대금의 일정 비율이 브로커들에 수수료 수입으로 주어졌죠. 고객들이 더 큰 규모로, 더 자주 주식을 사고팔수록 증권사와 브로커가 가져가는 몫도 더 커지는 구조였습니다. 전문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한 개별적인 종목 추천 서비스를 제공받았으니 그만큼 수수료도 많이 부담해야 한다 게 월스트리트의 논리였습니다. 찰스 슈왑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투자 자문사에서 일하기 시작한 20대 중반부터 브로커를 통하는 고비용 주식거래 방식에 대해 문제의식을 키워왔습니다. “업무 특성상 나는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브로커와 애널리스트들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그들은 그날 미는 주식에 관해 전화로 한참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이야기의 흐름은 기본적으로 늘 같았다. 매출이 증가하고 이익이 성장한다고 설명한 다음 예외 없이 목소리를 낮추고 오늘 그 주식을 사지 않으면 안 되는 어떤 일이 곧 벌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는 그들과의 통화 내용을 정리한 통화 일지를 작성했다. 주의 깊게 듣고 가능한 자세히 기록했다. 그리고 그들이 보내온 자료들을 살펴보며 그들의 주장을 재검토하고 얼마나 근거 있는 것인지 확인했다.” “실제로 그들의 주장은 생각보다 자주 거짓이거나 심하게 과장되곤 했다.” 고비용 저효율의 주식거래 방식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졌을 뿐 아니라 실제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걸 목표로 회사를 차렸습니다. 그가 1963년에 처음 창업한 회사는 브로커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투자 대상을 선택하길 원하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시장 리서치 자료를 유료로 판매하는 <인베스트먼트 인디케이터>였습니다. 두 번째 회사인 <퍼스트 커맨더>와 세 번째 회사인 찰스슈왑에서도 계속해서 이와 같은 개인 투자자 대상 유료 리서치 자료를 제작해 판매했고요. 그리고 이 같은 사업을 10여 년간 꾸준히 해오면서 기존의 고비용 저효율 시스템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신의 재정적 운명을 개척하길 원하는 새로운 유형의 개인 투자자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1974년 증권거래위원회가 주식 거래수수료 자율화 방침을 발표하자 대부분의 미국 주요 증권사들은 어찌할 바 모르고 당황했습니다. 새로운 방식이 그동안 자신들이 거의 200년 가까이 견고히 쌓아 올려온 카르텔의 성채를 과연 무너뜨릴 수 있을지, 경쟁자들 중에서 배신자의 오명을 감수하면서까지 개인 투자자들의 편에 설 회사가 있을지 파악하기 위해 모두들 촉각을 곤두세웠습니다. 다만 어떤 증권사도 먼저 행동에 나서지는 않았습니다. 모두들 남의 눈치만 살필 뿐이었죠. 리테일 브로커리지 분야의 절대 강자였던 메릴린치는 개인 투자자에게 부과하는 거래수수료는 올리고, 기관 투자자에게 매기는 수수료는 낮추는 결정을 내렸고요. 그리고 이 같은 모습을 확인한 찰스 슈왑은 자신의 도전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브로커와 애널리스트를 고용하지 않고, 특정 주식을 사거나 팔라고 추천하지도 않으며, 오직 고객에게 들어온 주문을 충실히 실행하는 데만 초점을 맞춤으로써 기존 대형 증권사들보다 거래수수료를 최대 75%까지 낮출 수 있었습니다. “주식을 사고파는 과정에 수반되는 온갖 잡다한 것들, 즉 오염된 리서치 결과, 빗나간 분석, 엉터리 추천 등 과거 월스트리트의 비싼 수수료를 정당화한 모든 수단을 배제하고,” “단순히 주식거래 서비스만 제공해 간접비를 줄이고 효율성에 초점을 맞추면 가격을 최대 75% 내려도 이익을 내는 것이 가능했다.” 이처럼 파격적으로 낮은 거래 수수료를 내건 찰스슈왑으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독립적인 개인 투자자들이 몰려드는 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덕분에 찰스슈왑은 1975년 이후부터 급성장의 페달을 밟게 됩니다. 5년 뒤인 1980년에는 13만 개의 거래계좌, 6000만 달러의 고객 예탁 자산을 보유한 미국 최대의 주식거래 전문 증권사로 자리 잡게 되고요. 지금까지 말씀드린 이야기에서 살펴볼 수 있는 찰스 슈왑의 첫 번째 성공 원칙은 “조언을 가장해 고객에게 돈을 뜯어내려 하지 말라. 기존 업계가 고객에게 씌워왔던 바가지를 없애버리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혁신이다.”입니다. (찰스 슈왑이 '고객들에게 돈을 뜯어내지 않는다'라는 자신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회사 임직원들에 대한 성과 평가‧보상 체계 역시 이에 맞춰 바꿔나간 과정과 경쟁자들보다 언제나 몇 발 앞서 첨단 IT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저비용 고효율의 조직을 만들어나간 과정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 분은 아래 '본문 읽기' 버튼이나 사진을 클릭해주세요.) 사소한 이야기 제법 쌀쌀한 11월의 아침입니다. 다들 잘 지내고 계시죠? 저는 오늘 대학생 청중 분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이 있어서 전주를 다녀오는데, 구독자 분들은 다들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실지 궁금하네요. 오프라인 강연은 거의 2년 만에 처음인데 오랜만에 대학생 청중 분들과 만나 이런저런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아침부터 기분이 좋네요. 아무래도 이런 특강 형식의 강연은 직접 청중 분들과 눈을 마주치면서 해야 내용 전달과 피드백이 훨씬 더 효과적으로 이뤄지는 거 같습니다. 처음 뵙는 분들을 대상으로 줌으로 강연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는 않더라고요. 3시간짜리 강연이라서 나름대로 준비를 많이 하긴 했는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 강연 시작 두 시간 전쯤에 도착해서 이런저런 내용들을 더 보태볼 계획입니다. 오늘은 세계 최대의 온라인 증권사 찰스슈왑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봤는데요. 찰스 슈왑이 쓴 <찰스 슈왑, 투자 불변의 법칙>은 금융투자업계에 계신 분들이 아니시더라도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고, 키워나가는 데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한글 제목만 보면 투자 기법에 대해 다룬 주식투자서적인 것만 같고, 저도 처음엔 그렇게 알고 집어 들었는데요. 읽어보니 투자에 대한 책이라기보다는 창업과 비즈니스에 대한 책이더라고요. ‘미국인들이 투자 방식을 영원히 바꿨다’라는 뜻의 영어 원제 <INVESTED: Changing Forever the Way Americans Invest>가 책의 내용을 훨씬 더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습니다. 마흔이 가까워질 때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던 한 사업가가 ‘개인 투자자들을 위한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증권사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할인증권업에 뛰어들고, 200년 가까이 된 월스트리트의 카르텔을 하나하나 깨나가면서 회사를 성장시켜 나가는 과정이 참 흥미진진했습니다. 위에서는 말씀드리지 않았지만 찰스슈왑은 1980년대 초반에 당시 미국 최대 은행이던 BoA(Bank of America‧뱅크 오브 아메리카)에 인수돼 몇 년 간 자회사로 있었던 적도 있는데요. 할인증권업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첨단 IT 기술을 더한 채 성장의 엑셀을 세게 밟아나가던 벤처기업이 은행이라는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거대 금융기업의 자회사로 들어가다 보니 두 회사 사이에 적지 않은 갈등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찰스 슈왑은 BoA로부터 자신의 회사를 되사들이기로 하고 이를 위해 온갖 노력과 고생을 하게 되는데요. 이 과정을 다룬 스토리도 읽어볼만합니다. M&A를 통해 매각했던 회사를 창업자가 다시 인수한 뒤 주식시장에 상장(IPO)시키는 사례는 흔치 않을 텐데 이 과정에 대한 이야기도 잘 담겨 있어서 스타트업을 운영하시는 분들께도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찰스슈왑이야말로 유형 자산이 아니라 고객 수와 브랜드, 기술력이라는 무형의 가치를 인정받아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거의 첫 번째 기업이기도 하고요. 1987년의 블랙먼데이와 2000년의 닷컴버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전 세계 증권업계를 얼어붙게 만들었던 거대한 위기들을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었는지 설명하는 부분도 흥미로웠습니다. 저하고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책이지만 <홍자병법> 구독자 분들 중에서 금융투자업계, IT기업, 핀테크, 스타트업 업계에 계신 분들이 많으셔서 한 번 읽어보시면 좋을 거 같아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이제 이번 한 주도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는데요. 구독자 분들께서도 모두 오늘 하루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의 뉴스레터 공유하기 홍선표 작가 |
홍선표 레드브릭 대표가 발행하는 뉴스레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