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률이 낮다고 고객을 필요를 외면해선 안 된다
그가 제조업 진출을 결심하게 된 건 자신의 경영원칙을 지키기 위해서였는데요.
여기서 그의 두 번째 성공 비결, “고객은 모든 걸 한 자리에서 해결하길 원한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모든 걸 제공하는 기업만이 경쟁에서 살아남아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가 처음 신라철공소를 차린 건 고객들이 자주 찾지만 구하기는 힘든 작은 소모성 부품들을 직접 만들어서 판매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단가가 높은 주요 부품들을 잘 갖춰놓는 건 사실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가 다져놓은 네트워크를 통하면 미군 부대에서든, 폐차장에서든, 아니면 일본에서 수입하든 어떤 방법을 활용해서라도 구할 수 있었죠. 갖춰놓기가 까다로운 부품들은 오히려 핀이나 볼트 같은 자잘한 소모성 부품들이었는데요.
단가가 낮은 이런 부품들은 팔아봐야 별로 이익이 안 남기 때문에 판매하는 공급처도 적었고, 사용할수록 부품이 닳아 없어지는 소모성 부품이기 때문에 중고차 폐차 과정에서 구하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자동차 제조 기술 수준이 낮았던 1950, 60년대에는 지금보다 더 많은 종류의 소모성 부품들을 더 짧은 주기마다 갈아줘야만 차를 운행할 수 있었는데요. 크기도 작고 가격도 얼마 안 되는 소소한 부품들이지만 국내에서는 구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이 작은 부품 하나를 구하지 못해 차를 운행하지 못하거나, 정비 일정이 기약 없이 밀리는 일이 흔하게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몇 년간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강이준은 자신이 직접 부품을 만들어 판매하기로 결심합니다. 다른 부품상에서 구하기 힘든 다양한 소모성 부품들을 잘 갖춰놓는다면 그것만으로 고객들을 끌어들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소모성 부품을 직접 생산해 판매하는 사업 자체는 이익률이 높지 않았지만 이 부품들을 미끼로 더 많은 고객들을 불러들이고, 이렇게 찾아온 신규 고객들에게 주요 부품들을 판매한다면 회사 전체의 매출과 이익을 더욱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죠. “덜 팔리는 것을 조금 갖다 놓을 순 있어도, 덜 팔린다는 이유로 판매 목록에서 아예 빼버리면 안 됩니다.” “짧게 보면 잘 팔리는 것 위주로 많이 파는 게 이득이겠지만, 길게 보면 비용이 좀 발생하더라도 모든 물품을 갖추는 것이 사업의 신용을 높이는 지름길입니다.” 신라상회에 소모성 부품을 공급해줄 공장을 직접 차려야겠다고 결심한 강이준은 말씀드렸듯 1960년 상점 인근에 신라철공소를 차립니다.
간단한 금속 부품들을 자르고, 깎고, 모양내는 철공소 수준의 작은 공장이었지만 선반과 밀링 등 장비만큼은 일본에서 최신형 장비를 들여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