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선 며칠 전 월트 디즈니의 CEO로 깜짝 복귀한 밥 아이거가 사회 초년생 시절에 자신의 상사들에게 배워 오늘날까지 실천해오고 있는 경영의 원칙들에 대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경제 뉴스를 자주 보시는 분들이라면 밥 아이거가 은퇴를 선언한 지 1년도 안 돼 다시 디즈니의 CEO로 복귀했다는 뉴스를 접하셨을 텐데요.
디즈니가 떠난 지 1년도 안 된 전직 CEO를 구원투수로 불러들인 건 그만큼 회사가 처한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 3분기에 디즈니 플러스에서 발생한 순손실만 4억7000만 달러(약 6300억원)에 달하는 등 회사가 여러 가지 면에서 어려움에 처해 있죠.
2005년부터 2020년까지 15년 동안 CEO로서 회사를 이끌었던 밥 아이거는 매너리즘에 빠져 쇠락해가던 디즈니를 다시 살려낸 인물로 꼽히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오늘날 미국을 대표하는 경영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밥 아이거가 디즈니의 CEO에 오르기 전까지의 과정에 초점을 맞춰보겠습니다.
ABC 방송사의 말단 스태프로 직장 생활을 시작한 그가 한 계단씩 자신의 커리어를 키워나가고, 그 과정에서 만난 상사들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에 대해서 말이죠.
그럼 바로 시작해보겠습니다.
그를 포함해 함께 뽑힌 6명의 스튜디오 스태프들은 조직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직원들이었는데요.
밥 아이거는 이 시절에 대해 “게임쇼와 일일연속극, 토크쇼, 뉴스쇼, 특집방송 등 기본적으로 ABC의 맨해튼 스튜디오들에서 제작하는 모든 프로그램과 관련된 온갖 종류의 하찮은 일을 도맡았다”고 말합니다.
새벽 4시 30분에 조명팀을 스튜디오로 호출하는 전화를 돌리고, 모든 제작 인력이 다 왔는지 확인하고, 촬영 현장에서 먹을 음식을 주문하고, 스튜디오 내 에어컨은 잘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등 온갖 잡일을 담당했습니다.
입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밥 아이거는 상사와의 첫 번째 갈등을 겪습니다. 회사 돈을 횡령하고 공급업체들에게 리베이트를 받아 챙기던 부서장의 모습을 목격한 뒤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다가 상사에게 찍혀버린 것이죠.
‘2주의 시간을 줄 테니 부서를 옮기던지 아니면 회사를 그만두라’는 협박이 날아왔죠.
“나의 방송계 경력은 고작 스물세 살에 끝난 것처럼 느껴졌다”고 밥 아이거는 말합니다.
다행히 밥 아이거는 사내 구인구직 게시판에서 ABC 스포츠에서 스튜디오 운영 관리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발견할 수 있었고 ABC 스포츠로 부서를 옮기게 됩니다.
그리고 바로 여기서 20대의 밥 아이거에게 누구보다 큰 영향을 미쳤던 룬 얼리지를 만나게 됩니다.
당시 룬은 43세의 임원이었는데요. 이미 10여년 전부터 ABC 스포츠를 이끌고 있었습니다. 밥 아이거의 눈에는 그가 'TV의 왕‘으로 비쳤습니다.
“그는 방송 역사상 누구보다도 많이, 우리가 TV로 스포츠를 경험하는 방식을 바꿔놓았다”라는 게 밥 아이거가 그에게 바치는 찬사입니다.
이 20대 애송이는 룬 얼리지에게 앞으로 미디어·콘텐츠 기업을 이끌어나가는 데 필요한 자질과 능력을 한가득 배워나갔습니다. 밥 아이거가 룬 얼리지에게 배웠던 것들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웬만큼 좋은 건 좋은 게 아니다
첫 번째로 ‘조금 더 낫게 만들기 위해서 모든 걸 시도하는 가차 없는 완벽주의’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밥 아이거가 룬 얼리지를 처음 만난 건 ABC 스포츠로 옮기기 전, 원래 부서에 있을 때였는데요.
1974년 가을 밥 아이거는 뉴욕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리는 ‘메인이벤트’ 콘서트 현장에 투입됩니다. 당대 최고의 스타였던 프랭크 시나트라의 콘서트를 생중계하는 방송이었죠.
이 행사의 연출 책임자는 당연히 룬 얼리지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밥 아이거에게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겼는데요
콘서트 하루 전 치러진 리허설을 마친 룬 얼리지는 부하들에게 모든 걸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구성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무대 세트도 다시 만들고, 조명도 다시 설치하고, 공연 순서와 소개 멘트도 다시 조정하라는 지시였습니다.
리허설 공연의 수준이 룬 얼리지의 기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죠.
생방송이 24시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하라는 그의 지시에 말단 스태프이던 밥 아이거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를 제외한 다른 스태프들은 룬 얼리지의 말이 당연하다는 듯이 묵묵히 지시에 따라 무대를 새로 만들고, 조명 기구를 옮겼습니다.
이 경험에 대해 밥 아이거는 “웬만큼 괜찮은 것을 발아들이지 않는 태도, 자기가 맡은 일을 최고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면 옴짝달싹할 수 없는 데드라인 앞에서도 대담하게 밀어붙이는 것이 전형적인 룬의 방식임을 알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시청자에게 최고의 방송을 제공하기 위해서 어떤 것과도 타협하지 않는 자세, 가차 없는 완벽주의를 배울 수 있었던 경험이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전 세계 각지에서 펼쳐지는 이색적인 스포츠 이벤트를 담아내는 방송이었습니다.
1979년 북한 평양에서 열렸던 세계탁구선수권대회도 밥 아이거가 취재한 대회였습니다. 덕분에 그는 수십 년 만에 북한 땅을 밟는 최초의 미국 방송사 직원이 될 수 있었죠.
“나는 정기적으로 개발도상국에 찾아갔고, 공산권 국가의 행사도 취재했다. 그러자면 비협조적인 정권과 협상을 벌여야 했고, 종종 권모술수로 뒤얽힌 부패한 시스템을 뚫고 나가야할 때도 있었다.”
밥 아이거가 훗날 ABC 방송사 사장과 디즈니 CEO로서 탁월한 협상능력을 발휘할 수 있엇던 데에는 이처럼 취재를 승인받기 위해 여러 국가의 정부, 단체들과 밀고 당기는 협상을 하면서 쌓았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룬 얼리지는 ‘폭넓은 스포츠 세계’는 단순히 시청자들에게 신기한 눈요기꺼리를 제공해주는 방송이 아니라는 사실을 계속해서 일깨워줬는데요.
ABC 방송사가 비싼 돈을 들여 제작진을 전 세계 곳곳에 보내는 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스토리를 담아내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들은 누구이고, 그들은 이 경기에 참가하기 위해 어떤 필사적인 노력을 했고, 경기에 참가하는 건 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전달하는 게 프로그램의 진짜 목적이라는 말이었습니다.
탄탄한 네러티브 구조, 스토리텔링이야말로 화려한 볼거리보다 더 중요한 요소라라는 걸 밥 아이거에게 가르쳤던 것이죠.
(분량의 제한상 뉴스레터에는 IT/스타트업 전문 매체 '아웃스탠딩'에 기고했던 글의 일부만을 옮겼습니다. 밥 아이거의 다른 두 가지 경영 원칙에 대해 더 읽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계속읽기 버튼이나 본문 사진들을 클릭해주세요.)
[레드브릭 수행 프로젝트]
레드브릭 대표 홍선표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콘텐츠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데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카테고리별 사전 기획 역량'을 갖추는 실무 노하우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여러 기업의 콘텐츠 서비스 운영 업무를 대행하면서 배울 수 있었던 가장 큰 교훈은 "콘텐츠의 품질과 서비스의 성과는 콘텐츠를 제작하기 전 사전 조사‧기획 단계에서 절반 이상 결정된다"는 사실인데요.
이번 글에서는 타깃 이용자분들의 평균적인 지식 수준, 이용자분들이 콘텐츠를 읽어가는 흐름, 단계별 필요 정보 등을 고려해 서비스에 업데이트할 콘텐츠들의 주제를 구체적으로 선별하는 방법과
카테고리를 세분화해 콘텐츠를 치밀하게 기획하는 방법에 대해서 안내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운영하고 있는 <네이버 비즈니스 금융센터>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사례를 바탕으로 합니다.
홍선표 레드브릭 대표가 발행하는 뉴스레터입니다.